공무원 이야기 책으로 나오다.
- 작성일
- 2001.12.03 10:33
- 등록자
- 다OO
- 조회수
- 1619
"공무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부서는 감사와 총무 부서다. 감사부서는 누구나 지적할 수 있는 힘이 있고, 총무부서는 표창과 근평을 하는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곳에 가기 위해선 기본이 '예스맨' 기질과 '순발력'이 있어야 하고, 입이 무거워야 한다. 그 이유는 위에 잘 비벼야 하는 예스맨 기질, 윗사람 기분을 빨리 알아야 하는 순발력, 윗사람이 쓴 판공비를 쉬쉬해야 하는 무거운 입, 윗사람을 대신해 책임질 줄 아는 책임감이 필요한 그런 힘겨운 자리인데 왜 그리 못가서 안달들 할까"
중·하위직 공무원들이 일선에서 체험한 공직현실을 가감없이 토로, '작은새들의 비상'(한세M&B)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펴냈다. '정부미를 먹고 사는 촌놈들의 좋은 세상 만들기'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수십년간 누적된 공직문화와 행정관행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지적하고 있다.
이 책에서 한 공무원은 하위직 위주로 단행된 구조조정으로 인해 왜곡된 공무원 조직구조를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 이 공무원은 "팀별 인원은 겨우 3~4명으로, 일하는 사람은 한사람인데 결재라인은 3~4명"이라며 "조직구조가 몸으로 뛰며 일하는 사람보다 결재하는 사람이 더 많은 현실"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공무원의 업무한계에 대한 한탄도 속출했다. 수해복구에 나선 한 공무원은 "물 퍼주러 간 공무원은 양수기 가지고 죽어라 물 퍼주고 집주인은 뒷짐 지고 지시하고…도대체 공무원의 업무영역은 어디까지인가"라고 자문하고 있다.
특히 공무원들은 읍·면·동 사무소의 자치센터 전환에 대해 "문화복지센터라고 동당 3억~5억원씩 돈을 쳐발라 놓고 책대여, 비디오, 인터넷부스, 심지어 노래방에 DDR까지…동사무소를 동네 여유있는 사모님들의 고급 사랑방으로 전환시킨 것까지는 좋았는데 동네 영세학원, 노래방 사업자, 비디오방도 문닫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공무원은 "힘있는 정부는 더 많은 사업을 벌여도 망할 염려가 없고 주변 영세사업자만 망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상위 기관에 대한 불만도 털어놨다. 이 책은 "중앙인사위원회는 왜 만들어서 쓸데없는 지시로 말도 안되는 서류만 양산시키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하고, 행정자치부에 대해서는 "할 일 없어 엉뚱한 데로만 머리 굴리는 머리 좋은 행자네(행자부)야"라고 비꼬고 있다.
특히 하위직 공무원들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노예제도와 같은 고시제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공무원 인사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 책은 중·하위직 공무원이 자신의 주장을 거침없이 토해낸 다산방(http//dasan.new21.org)에 오른 글을 엮은 것이다.
이 책을 엮은 중앙 정부부처 ㅇ씨(6급)는 "수십년간 잘못된 공직문화와 행정관행을 고치려는 노력이 계속됐음에도 제대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하위직 공무원들이 순수한 충정으로 바라본 아래로부터의 개혁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 책은 12월1일 발간된다.
〈원희복기자 wonhb@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