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생이
- 작성일
- 2002.02.04 03:30
- 등록자
- 임OO
- 조회수
- 1715
매생이
임시현
장흥서
엄니가 보냈어야
니 갖다 끓여 먹어라 친구가 보내 준
한 주먹탱이 매생이
생일에 먹는 이 매생이는
전에는 아버지의 까진 어깨였다
힘든 막노동을 마치고
마신 술이 원수여도
새끼들 먹여 살린다고
식전 아침에
번폐스럽지 않아
후다닥
끓여 바치면
호로록 들이마시고는
어깨를 만지던 아버지 뒷모습을
이불속에 숨어서
삐꼼히 내다보면
억새지만 까진어깨
잠시후 번지는 구수한 참기름 냄새
오늘 아침
이 매생이는 회진포 뻘 밭에서 나와
어깨까진 사십의 아들 생일상
국 그릇에 뛰어들었다
낮에는 찬 없는 할아버지의 상에
올라 한포국 먹으면 배부르고
밤에는 둘째를 낳은 부다듯한 원이엄마 산풀이상에
올라 부기를 꽃턱같이 빼주고,
아침에 원수같은 서방 속풀이상에
올라 귀신같이
속쓰림을 쓰러뜨렸다 가난한 창자의 송신내를 쓰러뜨렸다
전봇대 아래에서 구정날
고향못간 서러운 청춘끼리 깡 소주를 까며
꼭 고향가면
매생이국 한사발 아니 배터지게
먹자던 맹세는, 아직도
쟁쟁하다
깽깽이라고 짓밟던 80년대,그래도
살아 볼라고 퍼렇게 살아 볼라고 버티던 오기는
남녘의 성깔 속에서 겨울의 피가
살을 꾸몄던 살찐 석화가 되어 곱살이도 박혔다
이 푸르딩딩 매생이국에 때려 박혔다
한때 이 매생이 속에서
회진포 뻘 냄새는 즐겁다
세월이 서울에 나를 붙이듯
한 겨울 김밭에 붙어 살았을 매생이
이 아침 떠 먹는 풋대죽.
이 풀어진 매생이국은 말이여
타향살이가
혈관에서 황폐케 하는 이 입맛을
이유 없이 가난했던 입 뿌리와
혀에서 자라난
남녘의 성깔의 풀어짐이여
코 맹맹이 서울사람들은 몰라
이것이 뭔 맛이여 할지도 모른디
어이 객지 친구
내 생일에
자네들이 마시는 이 매생이는
남녘에 아버지들의 까진 어깨며
자네들 이가 씹는 석화는
남녘 엄니들의 뻘에 언 발이라네
오늘아침 생일에
객지친구들 불러 놓고
매생이국으로
아귀찬 황제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