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 쑥캐러 가쟌마다
- 작성일
- 2002.03.07 01:08
- 등록자
- 임OO
- 조회수
- 1880
아야 쑥캐러 가쟌마다
임시현
아야 쑥캐러 가쟌마다
하천 뚝에 쑥이 송신나게 났으거여
방구석에서 있으면 군동내
풀풀 난다
어서 쑥캐러가쟌마다
보리랑 캐어서
저녘 진지상에 올리면
느그 아부지 오메 좋아 안하디
아야 쑥캐러 가잔마다
아침에 창을 제치니 삐비정 아래
언덕이
유난히도 파란빛이 눈에 밟혀야
어젯밤 봄비가 알밴 유채꽃 낭창한 줄거리를
그토록 유난히 보듬고 놀다 가더니
끝내 싱숭한 가슴 우릴 불러야
쑥들이 시방
짝없이
하늘 한번 보니 벅찬 호흡이
터질거여
그리하여 분풀이로
온통 쑥들이
삼월을 잡아 먹는디
어서가서 말리쟌 마다
삼월 잡것다
아야 쑥 캐러 가잔마다
군포서 장흥까지 육백리
차 몰고 그냥 밟으면
여섯시간
까짓것 이냥
떠나자꾸나
느그 새끼들 데리고
밥 걱정일랑 잊어 불자고
쑥캐다 더벅버리
아는 오래비라도
만나 슬그머니 손 잡거들랑
옛날처럼
화들짝 뿌리치지 말고
서운한 못 붙잡힘을
추억하쟌마다
쑥 한바구니 가득 캐어
허기진 배가
느자그없이 보채거든
수문포들러
반지락회에다
늦은 점심을 먹쟌마다
아야
너 지금 뭐 하냐
쑥캐러 가잔마다
시앙쟁이로
한나절 고운 대나무 바람소리 들으며
엄니따라 쑥캐러 가던 날
아부지는 목이 빠져라
입맛 다시고 기다리지
않더냐
니 님도 새록 새록
사랑을 다시며
기 빠진 몸을 세우고
오늘밤 뒤척일게다
가서 듣잔마다
쑥들의 노래를
폭풍이 쇄도하고
눈 덮히던 동지 지나
녹은자리 흔적없는
우리 인생같은 들녘에서
가슴 한구석에
풋풋이 남은
희망들을 캐쟌마다
아야 어서 쑥 캐러가쟌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