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전라도 사람이 광주의 전라도 분들께-
- 작성일
- 2002.03.09 01:55
- 등록자
- 윤OO
- 조회수
- 1702
서울의 전라도 사람이 광주의 전라도 분들께-
사랑하는 전라도 시민 여러분-
저는 10살에 가족을 따라 상경하여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모두 서울에서 마쳤고,
직장생활까지 서울에서 하고 있지만
언제나 '전라도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살고 있는
40대 중반의 남자입니다.
물론, 서울에서 태어난 우리 두 아이들도
전라도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고 살아갈 것입니다.
저는 이번 민주당 경선을 앞두고
그 동안 제 마음속에 꼭꼭 숨겨둔 저의 아픔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70년대 이농가족의 서울살이가
어떠했을지 말씀 안 드려도 잘 아실 것입니다.
저는 그것이 아무리 힘들었더라도
지금은 추억으로 아름답게 간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코 추억으로 정리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김대중'이라는 이름입니다.
저는 80년에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전두환이 '힘있는 악'이라면
김대중씨는 '힘없는 선'이었습니다.
제가 그의 힘없음을 마음 아파하면서
그를 지지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명백한 진실도
가까운 친구에게조차 말하기 힘들었습니다.
좀 양심적인 사람에게조차 꺼내기 힘들었습니다.
이 말을 꺼내면 논쟁이 되고 사이가 틀어져 버렸습니다.
시절이 갑갑해서 말을 꺼냈는데
오히려 가슴은 더 답답해질 뿐이었습니다.
단지 제가, 아니 우리 아버지가
전라도 사람이라는 이유로
제가 말하는 명백한 진실도 설득력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은 지금도 진행중입니다.
사랑하는 전라도 시민 여러분-
김대중 씨를 왜 그토록 사랑하셨습니까?
똘똘 뭉쳤다는 둥 온갖 비아냥을 감수하면서
왜 그렇게 그를 지지하셨습니까?
그가 전라도 사람이었기 때문입니까?
결단코 아닐 것입니다.
저는 한번도 전라도 사람임을 부끄러워 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자랑스러워 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김대중 씨와 관련될 때만은
저는 전라도 사람이 아니고 싶었습니다.
다른 지역 사람들이
전라도 사람이라서 김대중 씨를 지지한다고 말할 때
'아, 차라리 김대중 씨가 전라도 사람이 아니었으면...'
하는 생각을 참으로 많이 했습니다.
김대중 시대에 가장 중요한 정치적 화두는 '민주화'였고
김대중 씨는 그 어떠한 탄압과 핍박에도
결코 물러서지 않고 그것을 위해 가장 치열하게 싸워왔습니다.
그가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정의였기 때문에
여러분과 저는 그를 지지했고
그 행위가 정의의 편이었기 때문에 결국 승리한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화두는 무엇입니까?
'지역화합'입니다.
김대중 씨는 이것을 이루기 위해
전두환에게까지 화해의 손을 잡았습니다.
박정희 기념관까지 만들고자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것은 해결되지 않고
결국 김대중 정부를 비틀거리게 하고 있습니다.
IMF 극복, 지속적인 무역흑자, 남북화해 등
찬란한 업적이 그 아무리 많아도 말입니다.
사랑하는 전라도 시민 여러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이 한창입니다.
민주화라는 시대정신을 위해 온몸을 던져 헌신한
김대중 씨를 사랑했듯이
지역화합이라는 시대정신을 위해 온몸을 던져 헌신한 정치인,
노무현 씨를 사랑해 주십시오.
"광주가 부산 사람을 선택했다!"
이 말 한 마디가
그간 여러분과 제가 억울해 하면서 견뎌야 했던
편견과 오해를 일시에 해소시켜 버릴 것입니다.
그리고, 이 말 한마디는 2002년 12월 대통령 선거날까지
일파만파로 전국에 퍼져나가
결국 민주당이 승리하게 할 것입니다.
그것은 노무현 씨만의 승리가 아닙니다.
김대중 씨의 승리입니다.
전라도 여러분의 승리입니다.
서울에 살고 있는 전라도 가족의 승리입니다.
그것은 정의의 승리입니다.
'광주는 언제나 정의의 편이다!'라고
역사에 뚜렷하게 새기는 일입니다.
그럴 때 어느 누구도 감히
광주의 정신을 훼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전라도 시민 여러분-
지금까지 김대중 씨를 지지했던 그 마음 그대로
노무현 씨를 지지해 주십시오.
두 분 모두 광주가 사랑하는 '시대의 정의'입니다.
그럴 때 저는
이 땅에서 전라도 사람으로 사는 일을
영원히 감사할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커서 전라도 아빠를 둔 것을
마음 깊이 자랑스러워 할 것입니다.
진실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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