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죽어 이승에 가거든 옛 길 끝에 보림사주방에서 만나세
- 작성일
- 2002.03.21 02:19
- 등록자
- 임OO
- 조회수
- 1589
우리죽어 이승에 가거든 옛 길 끝에 보림사주방에서 만나세
친구여! 쌉쌀한 그리움이여 !
우리 죽어 이승에 가거든
보림사 주방에서 만나세
추억은
추어탕처럼
추리한 허기짐으로
피어난다면
햇살이 잔인해서
잎들이 파리해 떨고
물이 꼬실라져서
따땃해야
미꾸라지가 속살이 찌는
초가을에
햇볕과 강물의
작당이 미꾸라지 속살에서
힘차게 성글고 있을 때 넘던
광주에서 넘는 옛길 끝
유치
보림사
산의 골통으로 기계똥 상처난
자리들만을 신통히도
골라내어 굽이굽이 산을 넘어 놓인
옛 길
서울서 한 번 오자면
송신나게도
팍팍하던 자갈길
그리고
생각 해보면 옛 길은
산속에 점점이 박힌
마을불빛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건들고 가는
난봉꾼 길이었지.
어떤 여린불빛잣것도 그냥 흘리고는 못가는
영냄이당숙 처럼 정력가 이었지
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릴 때도
우리들의 타향살이 속에서도
옛 길은
본래 영냄이당숙 거시기같이
건들이듯이
우리를
너무 건들어 힘들지 않았던가
친구여! 쌉쌀한 입맛이여!
우리 죽어 이승에 가거든
옛 길 끝에 있는
보림사 주방에서 만나서
신물나게 깽깽이로 허해진 몸
주지 염불소리 들으며
추어탕을 먹세나
몸에 받을랑가는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