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삼 돌풍에 '고려인삼' 비틀
- 작성일
- 2006.03.14 11:58
- 등록자
- 농OO
- 조회수
- 3243
미국삼'
돌풍에 '고려인삼' 비틀
세계
인삼시장 지각변동
미국과
캐나다가 주로 생산하는 미국삼(화기삼)이 세계 인삼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대표적인 세계 인삼시장인 홍콩에서의 미국삼은 더욱 위력적이다. 반면 우리나라
고려인삼은 높은 명성에도 불구하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더 큰 걱정은 현재
추진 중인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결과에 따라 미국삼이 자칫 인삼
종주국의 안방까지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삼의 실태와 우리의 대응 방안을 알아봤다.
◆세계시장의
중심에 선 미국삼=홍콩이 2004년에 수입한 국별 인삼 수입 동향을 보면, 전체 3,611t
중 미국삼(캐나다·미국)이 3,350t으로 92.8%를 차지했다. 반면 우리나라
고려인삼은 80t으로 시장점유율이 고작 2.2%에 그쳤다.
세계
인삼 생산량(1만1,689t)을 기준으로 본다면 여전히 중국이 42.8%를 차지해 1위를
달리고 있고, 2위인 우리나라는 35.6%로 동양권이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캐나다(17.5%)와 미국(4.1%)이 생산하는 미국삼은 22%로 많지 않은데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미국삼 재배지역은 중국은 물론 호주 등지에서도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단순히 국가별 생산량만 가지고 어떤 종류의 인삼이 세계시장을 주도하는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결국 인삼 종류별로 분석해보면 미국삼의 점유율이
더 높다는 것이고,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서 미국삼이 세계시장의 중심에 서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미국삼의
힘은 마케팅과 규모화=미국삼은 우리나라 인삼과는 종이 다르다. 그래서 과거에는
미국인 스스로가 비싼 동양삼 수요를 대체하는 일종의 '열등재'로 인식하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미국삼은 열을 내리는 반면 고려인삼은 열을 올린다는 '왜곡된 주장'이 세계
인삼시장에서 빠르게 번져 나가면서 동남아 등 더운 나라에서 미국삼이 인기를 끌고,
인삼의 주도권마저 잡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고려인삼은 열을 올리지 않는다는
임상연구 결과를 내세워 반격에 나서고 있지만 국제 인삼시장의 흐름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다.
미국삼의
대부분은 중국계 미국인에 의해 생산·유통되고 있다. 즉 미국삼의 생산·수집·판매·수출은
화상 네트워크를 통해 움직이고 있으며, 유통망도 다단계 유통회사와 온라인을 통한
홈쇼핑 등 공격적 마케팅을 내세우고 있어 시장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은
특히 2005년 자국 삼을 차별적으로 유통시키기 위해 '인삼원산지표시법'을 제정,
소매할 때 수확한 나라의 이름을 삼 자체나 포장 등에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최근 저가로 대량 수입·유통되고 있는 캐나다와 중국에서 생산된 미국삼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다.
미국삼의
또 다른 힘은 대규모 재배와 수확 후 껍질째 말려 벌크로 수출하면서 생산비를 줄이는
데서 나온다. 대규모 기업농에 의해 미국삼을 생산·가공·유통하고
있어 경쟁력도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망=미국과
캐나다는 자국 내 시장기반이 약해 지금까지 홍콩을 통한 중국 수출에 의존해왔다.
중국은 인삼에 대한 관세를 1990년 45%에서 2001년 36%로 낮춘 데 이어 올해까지
4.5%를 더 낮추는 것으로 돼 있어 중국시장을 두고 우리나라와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국은
인체의 열을 내리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진세노사이드의 종류와 성분으로 설명하면서
미국삼을 고급삼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게다가 미국 중앙정부가 삼 산업발전대책을
계획하고, 지방자치단체와 생산·가공·유통업자 등이 자체적으로 문제점
발견과 대책을 세우는 자율적인 산업정책으로 세계시장 석권을 노리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삼의 전망은 밝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우리의
대응전략=한때 세계 최대의 생산·수출국으로 명성을 날렸던 우리나라 고려인삼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안전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이 야생삼에 관심을
높이고 있는 데다 호주 등의 국가가 유기농 재배로 세계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잔류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리조렉스(모잘록병·뿌리썩음병
약제) 등의 사용을 자제하는 한편 GAP(우수농산물관리제도)와 이력추적제도를 서둘러
정착시켜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한
지리적표시제를 빨리 등록하는 한편 뿌리삼 위주의 마케팅 전략도 캡슐이나 서구인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상품개발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고려인삼은
열을 올리지 않는다는 것을 명쾌하게 규명, 국제 학술지에 자주 발표해야 동남아지역과
미주지역의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도움말=이동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윤영 중앙대 인삼산업연구소 연구교수, 김현호
금산인삼약초시험장장, 금시 고려인삼수출진흥협회장, 정명섭 인삼 경작농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