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경기 쌀값하락...애타는 농민
- 작성일
- 2006.04.10 15:47
- 등록자
- 농OO
- 조회수
- 2495
단경기
쌀값하락…애타는 농민
수확기
영향을 벗어나 쌀값이 서서히 오르던 단경기가 시작됐지만 산지와 소비지 쌀값 하락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수입쌀 시판이 임박하면서 일부 할인점에는 20㎏ 한포대가
3만1,000원에 불과한 쌀까지 등장, 농민들을 애태우고 있다.
◆
쌀값 동향 = 지난해 수확기 큰 폭으로 떨어졌던 산지 쌀값은 올해 들어서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농림부에 따르면 80㎏ 한가마당 산지 쌀값은 4월5일 현재
13만7,488원으로 2005년 12월 대비 1.2%포인트(1,724원) 떨어졌다. 지난해 이맘때의
16만280원에 비해서는 14.2%포인트(2만2,792원)나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쌀값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수입쌀 시판을 앞두고 농가와 산지 RPC(미곡종합처리장)들이
재고를 털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한달간 전국의 지역농협에서 출하된 쌀은 전년 같은 기간(44만8,000섬)보다 두배나
많은 106만9,000섬으로 집계됐다.
윤태성
경북 의성군 안계농협 조합장은 "쌀값 추가 하락을 우려해 산지 RPC들이 경쟁적으로
쌀을 쏟아내고 있다"며 "이로 인해 올해 초 20㎏ 한포대당 3만6,500원이던 납품가격이
2월 들어 3만5,800원으로 떨어졌고, 이제는 3만5,000원 선을 유지하기도 힘들다"고
밝혔다. 윤조합장은 "조곡 40㎏ 한가마를 4만5,000원에 매입한 점 등을 감안하면
납품가격 3만5,000원으로는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면서 "시중에 3만1,000원대
쌀이 나돌고 있는 것은 그만큼 산지의 출혈이 심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수입쌀 시판에 따른 불안심리를 이용해 대형 유통업체들이 산지농협에 납품가격을
낮추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도 쌀값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김재명
전남 나주시 동강농협 조합장은 "일부 대형 유통업체에서는 20㎏ 한포대당 3만250원에
납품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오랫동안 거래해온 업체에서 특판전을 위한 할인판매를
요청해오면 산지농협 입장에서는 협조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수확기 하락폭이 비교적 작았던 경기와 강원지역의 쌀값도 올해 들어 큰 폭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빚고 있다. 경기농협지역본부 양곡팀 관계자는 "4월 현재 경기지역 산지농협의
쌀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6%나 줄었다"며 "다른 지역 쌀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경기쌀이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지
쌀값도 불안정하다. 농림부가 집계한 20㎏들이 소비자값은 4월5일 현재 4만2,736원이지만,
할인점에서는 3만5,000~3만8,000원대 쌀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일부
매장에서는 3만1,300원짜리 기획상품을 내놓는가 하면, 쌀 두포대를 사면 한포대를
덤으로 주는 편법까지 등장했다. 최명철 농림부 식량정책과 서기관은 "그동안 소비지
쌀값 하락폭이 산지보다 작았다"면서 "현재 소비지 쌀값 하락은 균형점을 찾고
있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향후 전망 = 산지 재고가 급속히 줄어들면서 6월쯤부터 쌀값이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당분간 회복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양곡업계에서는
지난해 수확기 매입을 기피한 민간 RPC와 임도정업체들의 재고 물량이 5월쯤 바닥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민간 양곡업체들이 2월부터 쌀 확보 경쟁에
나서면서 산지농협의 재고량은 최근 두달 사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에서는 민간 양곡업체들이 정부에 대해 일반공매를 요구할 것이란 소문마저 나돌고
있다.
하지만
쌀시장 여건을 볼 때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쌀이 시판되고 소비자들의
호기심 구매가 확산될 경우 오히려 쌀값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준형
충남 공주시 신풍농협 RPC 장장은 "상반기 수입쌀 시판물량이 2만여t에 불과하지만
산지에서 느끼는 심리적인 불안감은 엄청나다"면서 "특히 값싼 수입쌀이 도매상을
거쳐 음식점 등으로 유통되기 시작하면 쌀시장을 더욱 압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욱이
쌀시장의 주도권이 공급자에서 판매업자에게로 넘어가면서 거래처 단절을 우려한
산지농협 등이 할인점 등의 저가 납품요구를 거절하기 힘든 현실도 쌀값 회복이 어려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노상후
전북 순창군 동계농협 RPC 장장은 "판매가 절실한 농협으로선 한포대라도 더 팔기
위해 유통업자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며 "특히 잦은 세일행사로 소비자들도
이제는 세일행사 때가 아니면 쌀을 구매하지 않는 소비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양곡 전문가들은 산지에서 투매현상이 일어나면 쌀값 하락폭이 커지는 만큼
고도의 출하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올해도 예년 수준(280만섬)의 대북 식량지원이 이뤄질 경우 기말(10월 말) 재고량이
적정치(600만섬)를 밑도는 530만섬이 될 것으로 예상돼 무리하게 재고 처리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