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을 새로운 개념에 담아야=이제 ‘우리 농업을 살리고, 사랑하자’식의 단순히 애국심에 호소하는 방법으로는 소비자들의 이해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것이 농업계의 전반적인 의견이다. 대신 새로운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완배 농촌희망본부 소장(서울대 교수)은 “농업을 농산물 생산으로만 인식해온 데서 벗어나 생산은 물론 가공·유통·서비스 등 관련 산업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업이 어려워지는 것이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관련 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결국 도시문제로 이어져 국민 전체에 부담이 되므로 적정 규모를 지키는 것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소비자 등에게 인식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전북 부안 하서미래영농조합법인의 유재흠 기획이사는 “우리나라 전체 경제에서의 농업의 위치를 정확히 설명하고 비경쟁력 부분도 중요한 경제부문임을 알리는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업을 다른 산업과 산술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농업의 특수성과 다원적 기능 등 공익성을 널리 알려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홍보 부족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엄성호 전국농민단체협의회장은 “농업이 국민경제의 허파 역할을 하면서도 칭찬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농업의 가치가 과소평가되지 않도록 설득력 있는 논리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뢰와 존중이 해결방안=소비자들이 농업을 새롭게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부분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을 돈 몇푼과 바꾸려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농업도 나름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이 다른 산업분야와의 갈등인데, 이러한 갈등은 개방화 협상과정에서 첨예하고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는 “협상 이전부터 이해 당사자인 농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추진과정에서도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돼야 하며 이해 부문 사이의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토대 위에 올바른 시스템이 작동돼야 한다는 것이다.
농업 내부적으로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품질 좋고 안전한 농산물을 친환경적으로 다양하게 생산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결국 소비자들에게 신뢰받는 농업을 만드는 것이며 각종 농업 정책도 이 같은 취지로 시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선택과 집중에서 제외된 부분과 특히 농촌과 농민 복지에 관련해서는 직접적인 지원정책이 따라줘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농업 관점에서 농촌을 쾌적하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가꾸는 어메니티 또한 우리가 힘을 쏟아야 할 농업의 새로운 분야로 꼽혔다.
◆정책은 쉽고, 스스로 추진할 수 있어야=농업계 인사들은 큰 틀에 맞춰 길게 보고 추진하는 정책들을 아쉬워했다. 친환경농산물 생산이 대책 없이 늘어 판매에 큰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나 각종 농산물 인증제 남발로 소비자와 농민들이 헷갈려 하는 경우, 직불제와 자조금 집행이 오히려 갈등을 빚는 현장 등이 모두 단기 성과주의 탓에 비롯된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정책은 무엇보다 이해하기 쉽고, 그래서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재흠 이사는 “어느 한 농민이 우수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우수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문제”라며 “농민들의 자발성과 관련업체·단체 등의 협력을 얼마나 끌어낼 수 있는가에 정책의 성패가 달렸다”고 밝혔다.
기본적인 정책목표를 적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엄성호 회장은 “농산물 품목마다 최소한의 생산목표와 생산체계 등을 공개적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농자재산업과 연구·개발·교육 등 농업 후방산업에 대해서도 관심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최근 많은 농자재기업들이 외국 자본에 넘어가고 농촌에서도 외국인 노동자들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우리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명확히 한 다음 다른 나라의 자본과 기술·노동력을 활용하되 그 결과가 국내에 축적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면과제와 1사1촌 운동=김완배 소장은 “농가를 옥죄고 있는 부채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농업 구조조정을 추진해 나가면서 노령농가 등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호희 전국새농민회 회장은 교육 기회를 요구했다. 우회장은 “교육이 사람을 바꾼다”며 “농업에 대한 새로운 철학을 갖도록 농민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농업을 하다 발생한 손실부분에 대해서는 적절한 보전대책이 취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1사1촌 자매결연운동에 대해서는 농업계 인사들 모두 높게 평가하면서도 양적인 성장에만 치중해 1회성 행사로 전락하지 않도록 내실을 기해야 한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출처 - 농민신문
우리 농업 이렇게 하자
- 작성일
- 2007.08.20 10:50
- 등록자
- 농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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