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에 없는 과실 풍작을 맞았으나 생산농가들은 ‘풍년기근’이라는 말처럼 근심이 가득하다. 날씨가 좋아 생산량이 늘고 품질도 높아졌지만, 유난히 이른 추석 때문에 물량이 넘쳐 값이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과실로 건강도 챙기고 과수농가의 어려움도 덜기 위해 배와 사과·감·밤 등 주요 과실의 영양과 효능을 재점검하는 특별기획을 마련했다.
시원한 과즙이 일품인 배는 갈증을 없애고 숙취를 해소하는 일등공신으로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각종 고전의학서적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배는 한국을 상징하는 우리의 대표 과일 가운데 하나다.
배는 생식용 과실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지만 다양한 요리에 감초처럼 쓸 수 있는 과일이기도 하다. 특히 고기를 잴 때는 배즙을 넣으면 육질을 연하게 하고 소화를 돕기 때문에 ‘배나무에 소를 매면 고삐만 남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배에는 고기를 부드럽게 해주는 연육 효소가 있어서, 떨어진 배를 주워 먹은 소가 소화를 너무 잘 시켜 살이 안 남는다는 뜻이다. 불고기 등의 기름진 고기를 먹고 난 뒤의 배 한조각은 입 안을 청결하게 하는 데 제격이다.
배 주산지 사람들은 ‘술이 세다’라는 소문도 있다. 갈증이 심하거나 심한 숙취에는 배가 간장의 활동을 촉진시켜 체내의 알코올 성분을 빨리 해독시켜 주독을 일찍 풀고 갈증도 없애는 숙취해소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배변과 이뇨작용도 돕는다.
무엇보다 기침·가래·천식 등의 기관지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효능을 인정받아온 과실이다.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감기나 천식 때문에 고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배즙을 먹으면 효과를 배로 높일 수 있다.
배의 효능과 관련된 일화가 있다. 옛날 어느 마을에 폐병으로 시름에 잠긴 아들이 있었다. 의원도 포기한 아들 때문에 아버지는 낙담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수확기를 앞두고 바람이 불자 배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떨어진 배를 아들에게 밥 대신 생으로도 먹고 삶아도 먹도록 했다. 몇주가 지난 뒤 집 앞을 지나던 의원이 아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배즙이 폐병을 다스려 병이 나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항암효과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홍성식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 박사는 “배는 수분 함량이 85~88%로 높아 다이어트 식품으로 좋고, 식이섬유가 많아 육류섭취 증가 등 서양식 식생활로 인해 갈수록 늘어나는 대장암·유방암 등 비만관련 암 발생을 줄이는데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양미희 숙명여대 약학대학 교수(전 서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2004년 “배가 인체 발암물질 배출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배나 배즙이 인체 내에서 암을 일으키거나 내분비계 장애의 원인이 되는 물질을 소변으로 신속하게 배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또 배즙에는 세포의 돌연변이를 억제하고 면역을 증진할 수 있는 세포 분열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음도 확인했다. 우리 선조들이 배의 속을 파내고 꿀을 채워 익혀 먹는 배 중탕의 효과를 경험적으로 알고 있지 않았나 생각되는 대목이다.
요즘은 배와 배즙을 상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가래와 기침을 없애고 목이 쉬었을 때도 효험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운동선수나 목을 혹사하는 학교·학원의 선생님뿐 아니라 성악가·가수 등도 건강을 위해 즐겨 상복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올가을은 비가 없고 여느 해보다 청명한 날씨 덕분에 햇배가 더욱 맛이 들었다. 배 하나씩 더 먹고, 친지와 이웃에게 선물도 해보자.
다시보는 우리과실 효능 "배"
- 작성일
- 2008.10.20 11:57
- 등록자
- 농OO
- 조회수
- 359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