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읍삼거리
이청준은 ‘내 소설의 기둥은 어머니’라는 말을 자주 하였다. 소설 「눈길」 은 그중에서도 어머니와의 한스러운 이야기를 쓸어담은 가장 빼어난 단편 작품으로 꼽힌다. 눈 내리는 어느 새벽 아들은 홀연히 길을 떠나고 어머니는 아들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가슴과 가슴으로 울면서 교감하는 것은 지난한 어머니를 원망하는 아들, 그 아들에게 속내를 드러내 보이고 싶은 어머니의 애잔함이 소설로 화해되어 다가온다.
“한참 멍하니 서 있는데, 휙 불어온 찬바람에 정신이 되돌아오더구나. 정신이 들고 나니 돌아갈 길이 새삼 허망스럽지 않았겠냐. 지금까지 그래도 저하고 나하고 둘이서 함께 해쳐 온 길인데, 그 막막한 눈길을 늙은 것 혼자서 되돌아서려니.... 거기다 아직도 날은 어둡지, 그대로는 암만해도 길을 되돌아설 수가 없어 정류소를 찾아 들어갔더니라. 한참 동안 정류소 안 나무 걸상에 웅크리고 앉아 있으려니 그제야 동녘 하늘이 훤해져 오더구나. 그래서 서두를 것도 없는 길을 혼자 나섰는데, 그때 일만은 언제까지도 잊을 수가 없을 것 같구나.”여기 대덕읍 삼거리에 나지막하게 자리하고 있던 주막 겸 정류소는 그 자취를 감추었지만 「눈길」 의 주인공들이 눈 내린 새벽길 속에서 나누었던 애정을 회상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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