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쓰나미! 토요시장 할머니^^
- 작성일
- 2008.09.01 18:43
- 등록자
- 김OO
- 조회수
- 1483
첨부파일(3)
-
이미지 praise1220262206토요시장할머니1.jpg
336 hit/ 120.7 KB
-
이미지 praise1220262206토요시장할머니2.jpg
331 hit/ 132.3 KB
-
이미지 praise1220262206토요시장할머니3.jpg
329 hit/ 143.7 KB
* 사진은 할머니께 엥킬까봐 몰래 찍느라 거리가 좀 먼데, 이해해주실꺼죠잉~ ^^
지난 8.30~31 고향에 성묘하러 갔었습니다. 우리가족은 수도권에 흩어져 있는 큰집 작은집
식구들이 단합행사 겸 해마다 늘 붐비지 않는 추석 전에 우애좋게 모여 고향 산소에 다니고
있습니다.
31일 일요일 오전 상경을 앞두고 "평상시 살 것은 참고 아껴 두었다가 고향에 가서 사가지고 와야해.
그래야 고향이 발전해!"라고 강력히 주장하시는 작은집 큰형님의 방침에 따라 도로가에 봉고를
세워놓고 토요시장에 각자 난입해 쇼핑에 나섰습니다.
사실 우리가족은 큰집 작은집 모두 부모님때에는 장흥시장에서 한가락하던 장사꾼 집안이었습니다.
저나 형제간 모두 시장통에서 자랐고요. 모두 옛날 추억을 이야기하며 때로는 아는 지인도 만나
정담도 나누고 장사꾼DNA를 유감없이 발산하며 시장을 주름잡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시장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사냥에 나섰는데, 도시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오리알이 눈에
띄더라구요. 마침 뒤에 따라오는 작은집 세째 형수님께 "이거 오리알 아세요?"하고 가리키니
대뜸 50알을 사더라구요. 그 형수님은 연변 조선족인데, 그곳에서 오리알 요리는 아주 이름난
토속음식이라고 합니다.
제가 쇼핑을 마치고 봉고 앞에서 시장입구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그 형수가 흐뭇한 얼굴로 오리알을
싸가지고 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입구쯤 오다가 그만 끈이 풀리는 바람에 오리알을
내부쳐 부렀습니다. "아이고..." 어쩔쭐 몰라하며 깨진 오리알을 수습하는 형수에게 입구에서
장사하시던 할머니가 벌떡 일어나 허리도 못펴고 달려오시면서 "오메 오메!"하시더라구요.
잠시동안 두분이 전전긍긍하시더니 형수는 깨진 오리알 봉지를 들고 이쪽으로 건너오는데,
이번에는 할머니가 부리나케 어디론가 가서 오리알 한봉다리를 사오시더니 형수에게
받으라하고 형수는 안받겠다고 하며 한바탕 몸싸움(?)이 벌어지더라고요.
형수는 그러면 오리알을 받는 대신 할머니가 4천원 받으시라고 도통 모를 협상이
계속되더니, 결국 형수가 져서 그냥 오리알을 받더라고요. 형수가 "이러면 내가 마음에 걸려서
안되는데..."를 몇번 반복하더니 다시 할머니께 가서는 "마음에 걸려 그러니 바지락을 살께요.
깐 바지락 한접시 주세요."하니 "한접시에 3천원"이라며 봉지에 한접시를 담더니 뒤에 있는
접시에서 반접시를 더 담아주셨습니다. 또 한번 실랑이... 형수는 더 담았으니 4천원 받으시라.
할머니는 안된다. 한접시는 3천원이다. 결국 두번 다 형수가 지고 말았습니다.
원인 모를 실랑이를 지켜 보며 궁금증을 이기지 못해 형수에게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이야기는 간단했습니다. 오리알을 위태롭게 싸가지고 오는 형수를 보고 입구에 있던 할머니가
불안해 보였는지 자청해서 비니루 끈타발로 묶어 주셨는데, 그것이 입구에 오다 그만 풀어져
작은 사단이 생겼답니다.
으윽... 갑자기 할머니의 친절과 정직한 내공이 감동의 쓰나미로 밀려와 저를 덮쳤습니다.
드뎌 제가 상인 최고의 경지인 心商을 접견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해관계를 떠나 누구에게나 후덕하시고 바르게 살아오셨을 할머니를 대하니
문득 예전에 시장에서 장사하시던 어머님을 살아 뵙는 듯 뭉클했습니다.
우리고향이 늘 그립고 아름다운 이유가 바로 할머니 같이 사랑이 넘치시는 분들이
계시지 않아서 일까 생각해봤습니다.
밀리고 피곤한 상경길에 형수와 할머니 이야기를 하며 우리고향에 대한 긍지와 사랑이
더욱 깊어짐을 느꼈습니다.
마음이 심난할 때, 토요시장 할머니에게 통통한 갈치나 바지락을 사서 맛난 반찬을 만들어 먹으면
할머니의 이쁜 마음을 전수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
이쁜 할머니 늘 건강하세요. 토요시장 파이팅이여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