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꿈 (장흥자활후견기관의 발전을 바라며)
- 작성일
- 2006.07.19 11:25
- 등록자
- 이OO
- 조회수
- 1792
우리 엄마는 장흥에서 태어나고 자라, 농사일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래서 늘 과다한 노동과 적은 수입으로 빚에 쫓기던 엄마는 내가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낮에는 레스토랑 주방에서 일을 하고 새벽과 주말을 틈타 농사일을 하셨다. 그렇게 4명의 아이들을 공부시키고 뒷바라지를 해왔다.
초등학교만 겨우 졸업한 엄마의 꿈은 공부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에게 간간이 알파벳을 물어오곤 하셨고 "언젠가 너희들을 다 키우고 나면 검정고시를 공부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그런 엄마에게 직업이 생겼다. 재작년인가 주5일 근무에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는 일을 하게 되셨다고 하셨다. 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이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씀하신다.
엄마는 장흥자활후견기관에서 일하신다. 거기가 뭐하는 데냐고 물으면 불쌍한 아이들 밥을 챙겨주고 외로운 노인들을 돌보는 일을 한다고 말씀하신다. 그냥 지레짐작으로 국가에서 운영하는 복지기관이라고 생각했는데 "복지를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다"는 엄마의 말에 도대체 그곳에서 엄마가 보고 듣고 하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자활후견기관은 가난한 사람들이 일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단체이다. 이웃들이 가난 때문에 삶의 희망을 잃고 좌절하거나 사회적으로 배제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단체로 전국 각지 2백여 개소의 자활후견기관들이 각기 처해 있는 지역사회에서 빈민자활의 기치를 들고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엄마에게 일하면서 뭐가 제일 좋냐고 물으니 "결식아동들에게 일주일에 두 번씩 도시락을 가져다주는데 우리가 갈 시간에 나와 앉아 기다리는 꼬마들이 너무 예쁘고, 그 아이들과 함께 사는 노인들이 반겨줄 때가 가장 좋다"고 대답하신다. 그리고 "실장님이 항상 좋은 말씀을 해주시니까 나라는 사람 자체도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 같다"고 덧붙이신다.
손자까지 보신 엄마가 삶에 대해 애착을 갖고 꿈을 갖는 것을 보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늘 밝고 긍정적이던 엄마에게 자활후견기관에서의 일은 참 잘 어울려 보인다. 최근에 한 가지 놀란 것은 그 곳에서 일하고 받는 돈이 월 70만원이 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최저임금은 주 4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월 72만7320원이다. 최저 임금보다 적은 보수를 받고도 행복하게 일하는 엄마가 새삼 존경스럽다. 장흥자활후견기관에서 일하시는 모든 분들이 엄마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지 않을까 싶다.
엄마는 자기는 퇴근해도 사무실 사람들은 항상 할 일이 많아 늦게까지 일한다고 안타까워하신다. 장흥자활후견기관의 활발한 활동을 위한 튼튼한 재정이 하루빨리 뒷받침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